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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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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7-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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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생각하며

최근 뉴욕타임즈(NYT) 및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의 대표 언론은 사설을 통해 “유럽지도자는 현재의 유럽 경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중국 정부에게 저자세로 금융지원을 간곡히 요청하고, 그 다음날 고위층을 중국에 파견하여 구체적인 협상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는 향후 유럽의 항구적인 안정과 발전을 해치는 중차대한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라는 요지로 유럽 지도자들을 향해 미국을 대표해 쓴소리를 날렸다.

지금껏 세계의 문제가 발생하면 대국의 형님으로서 멋있게 해결해주고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힘이 부족해진 이제는 외부 문제는 고사하고 자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중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자신의 우방국마저 중국에게 의탁하는 모습에 은근히 질투하는 미국의 태도가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한 필자는 중국의 현 모습에 부럽기도 하고 개방 초창기의 모습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나라는 크고, 인구 자원이 풍부하지만, 돈이 부족한 나라”, 그래서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선진국을 방문하고 각종 우호적인 제스쳐를 통해 투자유치를 하였던 중국의 모습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즉 중국은 그렇게 십 수년을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오늘이 있게 되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은 상대적으로 제조업을 무시한 선진 금융 기법이라는 미명하에 소위 돈놀이 하다 오늘의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중국은 어떻게 지난 십 수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이런 ‘상전벽해’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을까? 물론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위대한 지도자 등소평선생의 지도력과 혜안, 풍부한 내수 자원, 상술이라면 유태인과 버금가는 민족성 등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상기 이유로만 오늘날의 현실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럼 그 무엇이 중국인민들의 다양한 사고와 요구를 다독거려 가면서, 주변 국가로부터 큰 견제와 방해 공작 없이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오늘날의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최근 베이징대학에서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가진 ‘한중미래연(韓中未來硏)’ 김동진 대표의 강좌에서 찾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중국의 발전은 “실력을 숨기고 바보인척 겸손하며 치밀하게 내일을 준비하는” 이른바 ‘도광양회’와 ‘난득후도’의 중국적 사상을 지도자들이 적절하게 실천하였기에 가능하였다고 말했다. 지난 92년 한중 수교 때부터 쭉 중국의 발전과정을 지켜 봐온 중국 전문가다운 탁견이다.

중국역사상 중국인들에 상기 두 가지의 사상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한번 살펴 보자.

재능을 숨기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 기술
‘도회(韜晦)’ 란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다른 사람의 눈과 귀를 속이는 것을 말한다. ‘도(韜)'자의 본래 뜻은 활집으로 ‘(안으로)들어 간다’ 는 뜻이 있다. ‘회(晦)’는 ‘암흑, 숨김’의 뜻으로 월말에 비유되며, 또 ‘그믐달’로도 비유된다. 왜냐하면 음력으로 월말이면 달이 나오지 않은 ‘어두운 날’이기 때문이다. ‘도회지술’은 ‘한비자’, ‘사기’, ‘전국책’ 등에 흔히 보이며 효과적인 처세술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진면목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보존할 수 있다. 그러다가 적절한 기회가 와서 상대방이 경계하지 않을 때 의도를 실현시킨다. 이는 ‘실력 있는 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드러낸 것은 가짜’라는 속된 말과 그 뜻이 가장 가깝다. 또한 이 성어는 ‘실력이 있을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도덕적 의미로도 사용된다. ‘도회지술’은 과거 관료 사회에서 자기 몸을 지키는 방법의 하나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몇 가지 사례를 인용해 보도록 하겠다.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의 제나라는 원래 강태공이 시조였으나, 이후 신하 중 실권자인 ‘전성자’에 의해 정권이 바뀌게 되는데, 신하 중 습사미라는 사람이 전성자를 알현했다. 전성자는 그를 데리고 누각에 올라 사방을 둘러 보며 경치를 감상하였다. 그 누각은 삼면이 트여 전망이 좋았으나, 남쪽 습사미의 집이 있는 쪽이 숲에 가려 집이 보이지 않았다. 진성자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으나 습사미는 집에 돌아와서 나무를 베라고 했다. 도끼로 나무를 패다가 불현듯 습사미는 나무 베는 것을 중단하였다. 이에 가신들이 어리둥절하여 왜 그만두냐고 묻자, 습사미는 “예로부터 이런 속담이 있지. ‘연못 속의 물고기를 눈으로 다 헤아려 셀 수 있으면 상서롭지 못하다’ 요사이 전성자가 큰 일을 꾸미고 있는데 내가 그의 은밀한 마음속까지 읽어 낸다면 필시 내 일신이 위태로울 것이다. 나무를 베지 않은 것은 죄 될 것이 없으나, 남이 말하지도 않은 것을 알고 있다면 그 죄는 심각하지”라고 하였다 한다.

한나라 무제 시절 궁중의 문서를 담당했던 동방삭(東方朔)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한국에서도 ‘삼천갑자 동방삭’으로 알려져 있으며, 역사상으로는 ‘도회’의 시조로 불린다고 한다. 동방삭은 장편의 글을 올려 무제의 눈에 들게 되었는데 무제는 그의 글을 좋아해서 표시까지 하면서 숙독을 하고 시종으로 두게 되었다. 동방삭은 황제의 총애와 실력이 있으면서도 황제와 식사 중 남긴 음식을 옷꾸러미에 싸가지고 술집에 나가거나, 상품으로 하사 받은 비단으로 수시로 새색시를 얻는 등 일반인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행동을 많이 했다. 종종 술이 취해 자리를 비게 되면 동료들이 일을 대신 처리해주곤 하였지만, 황제는 금방 알아보고 동방삭에게 다시 처리하게 하는 등 깊은 신임을 받았다. 그래서 주변의 누군가가 동방삭에게 묻기를 “진과 장의는 모두 후세에 이름을 남겼소. 그런데 선생처럼 식견이 뛰어난 분이 기이한 방식으로 살며 벼슬 승진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니 무슨 까닭이요? “라고 묻자, 동방삭은 엄숙한 태도로 이렇게 답했다. “당신들은 그 이치를 모르는 것 같군. 소진이나 장의가 지금 시대에 태어나 산다면 나처럼 시랑 벼슬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야. 자고로 ‘천하에 재해가 없다면 비록 성인이 있다 한들 그 재주를 펼칠 길이 없고, 위아래가 화합하고 평화롭다면 어진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을 세울 길이 없다고 하지 않은가? 시대가 변하면 상황도 변하는 법, 재야에 묻혀 있지만 천하의 큰 일물도 안중에 없는 것은 태평시대라 그렇거늘 무엇이 의심스럽단 말인가? “동방삭의 명쾌한 듯 하면서도 모호하고, 모호한 듯 하면서도 명쾌한 태도는 도회지술의 진수를 보여준 듯 하다.

멍청해 보이기는 어렵다
청나라 때의 서화가이자 문학가였던 정섭(1693~1765)은 강소성 흥화사람이었다. 그는 어려서 집이 가난했지만 과거에 응시하여 강희 황제 때 수재, 건륭 황제 때 진사가 되었으며, 그 후 산동성 범현에서 현령을 역임하였는데 난과 죽을 잘 그려 세상에서는 그를 ‘양주팔괴’의 한 사람으로 꼽았다. 그는 관직에 있는 동안 농민들을 힘껏 돕고 어려운 일을 처리해 주었으나, 그것이 도리어 권력가의 미움을 사 관직에서 쫓겨났다. 이때 그는 ‘난득호도’라는 명언을 남기게 되었다.

총명하기도 멍청하기도 어렵지만, 총명함에서 멍청함으로 바뀌기란 더욱 어렵다.

이는 서로를 속고 속이는 봉건 관료 사회에 처해 있었던 그의 소극적인 처세 철학으로, 훗날 사람들에게 널리 본보기로 받아들여졌다. 어떤 사람들은 이 ‘난득호도’를 처세의 경고로 여겨 정치적 권모술수와 외교투쟁의 ‘좌우명’으로 삼기도 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모여 들지 않고 사람이 너무 깐깐하면 사람이 따르지 않는다’ 때로는 조금 멍청한 척하는 것이 지나치게 민감한 것보다 한결 유리하다는 지론이다.

라오 펑요우(老朋友)를 배려해야
이제 중국의 외교정책은 ‘도광양회’에서 ‘화평굴기(和平屈起 : 평화롭게 우뚝 섬)와 유소작위(有所作爲: 할말을 하고 필요한 역할을 한다)’로 전환되고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주변 국가들에 자신의 본 실력을 숨기고 겸손하게 대응했던 지금까지의 수동적인 정책에서 넘치는 외화, 멈출 줄 모르는 경제성장률 등을 바탕으로 실질적의 G2국가로서의 위상에 걸 맞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중국의 입장에서야 현재의 조금은 편안한(?) 위치, 개발도상국가로서 안정적인 발전을 하고 싶겠지만, 주변의 선진국이 스스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나는 아직 어려’라고 하기에는 이제 부쩍 커버린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즉 ‘나무는 가만히 있는데 바람이 가만 두지 않는다”라는 속담에 걸맞는 형국이다.

그렇다. 지금껏 중국은 ‘도회지술’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잘 키웠고 성공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의 상황에 맞게 겸손하지만 대인의 풍모로서 주변 국가의 어려움과 고통도 이해하고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중국 속담에 이르듯이 ‘어려울 때 친구는 영원한 친구다’라는 말을 생각하여, 90년대 초반부터 중국의 장래와 비전을 믿고 중국에 진출하여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외국투자자들에게도 상황이 바뀐 만큼의 정책적 변화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일방적인 자국위주의 급진적인 정책결정이나 대우는 피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제 외국인이라기 보다는 중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동고동락한 라오펑요우(老朋友)가 아니던가!

도광양회의 고수가 출현되길 바라며…
다가오는 2012년은 비전문가인 필자가 보기에도 한반도의 정치. 외교적인 지형은 훨씬 복잡한 4차 방정식의 단계에 접어든 느낌이다. 특히 2012년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가, 즉 당사자인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의 지도자가 모두 교체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한국의 새로운 지도자는 지금까지의 작은 성공에 취해 겉멋 부리지 않고 겸손하게 실력을 감추며, 어둠 속에서 더욱 힘을 길러 이 복잡한 주변 국가와의 게임에서 진정한 국가의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도광양회’의 고수가 출현하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
jgkim12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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