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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간자체를 거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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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0-04-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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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8월 24일 중한수교 이후 양국 간의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한국인이 중국의 간자체 때문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고 한국 내 간자체도입에 대한 시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이 왜 간자체를 거부하고 있을까?


내적·외적으로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내적 이유로서 앞서 지적했듯이 한국의 한문은 중국한자를 그대로 베껴 옮겨온 것이 아니라 2천년 동안 수많은 자체 한자를 만들어 왔으며(한국 집문당 출판사에서 출간한 관련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한자 어휘가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에서의 사용의미와 다른 것들이 굉장히 많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간자체가 한자의 의미를 상징하는 상형문자와 회의문자의 뜻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흔히 사랑 ‘愛’를 예로 든다.

몇 년 전 필자는 대만00신문기자와 약자와 정자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기자 왈, “소탕이 아무리 좋다지만 소금이 빠진 국물을 상상해보라. 어쩐지 약자는 소금이 없는 소탕을 먹는 기분이다.” 여기서 이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한국인도 약자에 대해 정서적으로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익과 좌익 개념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오른손으로 밥 먹고 글 쓰는 굳어진 관성에 의해 일상생활을 영위해오던 것을 갑자기 왼손으로 바꾸면 습관과 관성이 파괴되어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한국인의 정서적으로 습관적으로 몸에 배인 정자를 버리고 약자를 도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적 이유로는 현재 약자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싱가폴뿐인데 간화체(間化體) 본산지인 중국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중화민국 초기 陸費逵, 錢玄同 등 유명 인사들이 번체자가 근대화실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한자개혁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움직임에 의해 신문화운동시기 노신이 처음으로 문언문을 타파하고 백화문으로《아큐정전》을 지어냈다.
신중국 들어 1956년에《사기》를 비롯한 二十五史의 문장부호를 완성하는 동시기에 간화체 방안을 마련했고 1964년에 총표를 발표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간화체가 실시된 45년이 지난 2009년 봄 북경에서 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때 이미 물밑에서 논쟁이 많았던 間·繁 문제를 정협 위원인 潘慶林이 정식으로 ‘앞으로 10년 안에 간화체를 버리고 전통번체자를 회복하자’는 건의를 수면 위로 제안했다.

한 달이 되기 바쁘게 4월 8일 중국사회과학원 인문사철학부 산하 언어연구소의 주최로 간·번 문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나선다는 것은 간·번 문제가 그만큼 의미 있고 가치가 크다는 증거이다. 물론 간·번 문제가 너무 복잡한 사안들을 안고 있기 때문에 한 번의 포럼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서 장기적인 논쟁을 거쳐 해결될 사건이므로 현재 계속 논의 중에 있는 상황이다.
간화체 본산지인 중국마저 번체자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마당에 만약 한국이 가볍게 간화체를 도입했다간 또 다시 번체자로 돌아가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 벌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만도 현재 간·번 문제에 있어서 대륙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자체약자를 만들어 사용해오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간·번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일본도 중국의 간자체를 도입하라.”고 발언하는 사람들은 뭘 좀 알고나 입을 열었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이 간자체를 거부하는 데는 내적·외적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다 쑤어놓은 팥죽에 왜 곰방술을 들지 않느냐고 가볍게 떠들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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