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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온 20년, 달려갈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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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0-12-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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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광장>에 연재되었던 임종태 ABC코리아 사장의 글을 인터넷을 통해 최근에야 읽게 되었다. 1988년 처음 중국 땅을 밟은 임 사장님은 교민사회의 원로중 원로이시다. 중국 생활 7, 8년이 오래되었다고 떠벌이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흔한 말로 ‘감히 명함도 못 내밀게’ 만드는 분이다.
 
임 사장님의 회고담 가운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90년대 초에 천진과 북경을 오가던 버스와 관련된 추억이다. “기다려도 사람이 차지 않으면 주위의 골목을 한 바퀴 돌고 제자리에 돌아와 다시 사람을 기다려 보조의자까지 꽉 차야 떠났다”는 버스는 “시속 40km로 가니 북경에 가면 당일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지금 천진역에서 허씨에(和谐 ; 조화)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고속열차에 몸을 실으면 최고시속 380km로 달려 정확히 27분 만에 북경남역에 도착한다. 조그마한 생수 한 병을 채 마시지 못할 시간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북경에 가면 당일로 돌아올 수 없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까마득한 먼 옛날의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임 사장님이 경험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가 사실은 ‘고작’ 20년 전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다시 임 사장님의 회고담을 들어보자.    
 
“그때의 중국 버스는 냉난방이 없어 여름에는 문을 열고 가면 바람이 들어와 그런대로 견딜 만 했으나 겨울에는 난방이 없어 버스의 창문을 꼭 닫고 가는데 앞뒤에서 연신 독한 담배를 피워대 나중에는 앞사람의 뒤통수도 안보일 정도가 되어 눈은 따갑고 목은 연기를 마시니 기침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엄동설한에 문을 열 수도 없고, 어쩌겠는가. 타국인데 항의할 수도 없고 그냥 참아야 했다. 참으로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었다.”  
 
20년의 시간동안 참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경제생활의 외형(外形)도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문화수준도 비할 바 없이 나아졌다. ‘단’ 20년 만이다. 
 
돌이켜보면 20년 전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그때가 ‘삐삐’라면 지금은 ‘휴대폰’이고, 그때가 ‘포니’였다면 지금은 ‘그랜저’ 수준의 변화라고나 할까. 그때나 지금이나 먹고 살만 것은 똑같다. 그런 20년 동안 중국은 ‘혁명적’ 변화를 거듭하며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했다.  
 
한국인들의 삶에 혁명과도 같은 변화가 일어난 시기는 아마도 새마을운동이 발기한 1970년대가 아닐까 싶다. 그 20년 동안 한국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발전하였고 1988년 올림픽으로 꽃을 피웠다. 중국도 그렇다. 중국인들의 삶에 혁명과도 같은 변화가 일어난 시기는 동부연안을 중심으로 전면적 개혁개방의 불을 지핀 1980년대 중후반이 아닐까 싶다. 그 20년 동안 중국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발전하였고 2008년 올림픽으로 꽃을 피웠다. 이렇게 한국과 중국은 ‘닮은꼴’이다. 
 
‘혁명기’에 한국은 “잘 살아보자”는 구호가 전국에 메아리쳤고, 우리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역전(逆轉)의 의지가 사회에 들끓었다. 중국의 20년도 그랬다. 
그런 성장의 정점에 선 1988년 이후 한국이 ‘질적 성장’을 추구해간 시기였다면, 중국은 우리보다 20년 늦게 출발해 20년 전 우리의 모습으로 오늘 서있다. 지금 중국에 이런저런 불평과 불만의 생각을 가진 교민이 있다면 이런 점을 찬찬히 되새겨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20년이 어떠한 모습이 될지 예측하며 준비하는 혜안(慧眼)을 갖추어야 하리라. 
 
중국의 지난 20년은 ‘속도’가 중요한 20년이었다. 그럼 앞으로는? 최근 중국공산당이 확정한 제12차 5개년계획에 처음 등장한 ‘포용적 성장(包容性增长)’이란 표현이 해답의 일면을 보여준다. 환경, 복지, 평등, 분배, 조화, 소비, 자선, 봉사……. 다소 성급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선진적 키워드가 쏟아져 나오는 오늘의 중국에 다시금 주목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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